가격 분석의 가능성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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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분석의 가능성과 한계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 물질을 획득하고 이용하는 행위를 경제행위라고 부르며 그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생활의 한 측면을 경제라고 한다 . 그러므로 경제에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로 이루어지는 생산력적 측면과 경제행위를 둘러싼 인간 상호간의 사회적 관계라는 두 측면이 있다 . 경제학은 경제현상의 이 두 가지 측면에 대한 인식의 체계이다 .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경제생활은 있었고 따라서 경제현상에 대한 인간의 인식은 일찍부터 있었다 . 초기의 경제인식은 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경제의 사회관계적 측면에 대한 인식도 발전하였으나 그것이 하나의 사회과학적 체계로 성립한 것은 18 세기 무렵이다 . 고대나 중세 사회에서도 경제현상에 대한 학문적 탐구가 있었으나 그것은 주로 철학이나 윤리학의 일부로 다루어지거나 종교적 관념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에 경제현상의 법칙적 인식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였다 .

경제현상을 과학적으로 인식하려는 최초의 시도는 중상주의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 중상주의는 16 세기부터 18 세기 전반기에 걸쳐 서유럽 각국에서 발생한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탄생하였다 . 중상주의는 일정한 체계를 갖춘 이론이라기보다는 실제적 문제들을 둘러싸고 제시되었던 사상가들이나 정치가들의 사상 또는 정책론을 가리킨다 . 중상주의자들은 경제활동을 억압하여 오던 전통적 윤리관이나 종교 사상으로부터 벗어나 , 개인의 욕구충족을 지지하고 화폐경제와 상공업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하였다 . 그런 논의과정에서 그들은 화폐 , 물가 , 무역 등과 관련된 경제현상에서 법칙성을 찾아내고 그것을 이론화하려고 시도하였다 .

Ⅲ . 중농주의 . 중농주의는 중상주의의 한 분파였던 프랑스의 콜베르주의 Colbertisme 에 대한 비판으로 제기된 사상 및 이론체계이다 . 18 세기 중엽에 케네 Quesnay, F. 를 중심으로 미라보 , 메르시에 드 라 리비에르 , 뒤퐁 드 느무르 , 보도 , 드 트론느 등에 의해 형성된 중농주의는 콜베르의 과도한 산업육성 정책이 빚어낸 농촌의 피폐를 배경으로 탄생한 것이며 , 중상주의적 보호주의에 대한 자유주의 사상체계였다는 데에 그 특징이 있다 . 중농주의자들은 부의 유일한 원천을 농업에서 찾았고 농업을 봉건적 · 중상주의적 제약과 부담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을 실천적 과제로 삼았다 . 그들은 농업만을 생산적으로 보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으나 농업을 중심으로 국민경제 각 부문간의 의존관계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였다 . 특히 국민경제의 구조와 순환을 하나의 표식으로 나타낸 케네의 ‘ 경제표 ’ 는 경제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

중상주의에 대한 비판이 영국에서는 아담 스미스의 < 국부론 >의 출현과 뒤이은 고전학파 경제학의 성립으로 귀결되었다 . 1776 년에 발간된 스미스의 < 국부론 >은 중상주의의 극복이라는 점에서 중농주의와 같지만 후자의 농업주의적 편견을 극복함으로써 근대 자본주의사회의 분석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 < 국부론 >은 경제학의 최초의 체계적 연구로서 경제학을 사회과학의 독립된 분야로 독립시키는 전환점을 마련하였으며 리카도 , 맬서스 , 존 스튜어트 밀에 이르는 후계자들을 통해서 고전학파를 형성하였다 . 아담 스미스는 ‘ 보이지 않는 손 ’ 에 의한 예정조화론을 믿었던 자유주의 사상가로서 중상주의적 보호정책을 비판하였으며 노동가치론에 의거 , 노동생산력에 의한 가치형성을 출발점으로 하여 전체 경제의 구조와 운동을 해명함으로써 중상주의적 한계를 벗어났다 . 노동가치론을 중심으로 하는 스미스의 경제학 체계는 19 세기 초에 맬서스와 리카도에 의해 각기 다른 이론체계로 분화하였다 . 이러한 분화는 산업혁명에 따른 분배문제의 중요성이 증대된 결과였다 . 맬서스는 새로이 등장한 노동자의 빈곤을 인구법칙에 의해 그 필연성을 입증하려고 하였으며 농업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정책을 주장하였다 . 한편 리카도는 노동가치론을 발전시킴으로써 자본주의사회의 계급간 특히 지주와 자본가 간의 이해대립을 이론적으로 해명하였으며 , 자본주의 발전에 따르는 지대의 증가 또는 이윤의 하락경향을 막기 위해 식량수입을 자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 투하노동가치론과 가치분해론에 입각하여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와 순환을 일관성 있게 해명한 리카도의 이론체계는 가격 분석의 가능성과 한계 고전학파의 최고봉을 장식하였다 . 그런데 1825 년의 공황을 계기로 노동운동이 격화되면서 리카도의 이론체계는 한편으로는 리카도파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자본주의 비판으로 발전하면서 마르크스주의로의 길을 준비하였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비판으로부터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이론으로의 세속화의 길을 밟게 되었다 . 1848 년에 나온 존 스튜어트 밀의 < 정치경제학원리 >는 형식적으로는 고전학파의 이론을 집대성한 것이지만 그 절충적 성격 때문에 사회적 실효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

자유주의 고전학파에 대한 도전은 19 세기 전반기에 후발 자본주의국가로 산업화의 길에 들어선 독일에서 역사학파에 의해 이루어졌다 . 영국의 자유주의적 확장정책에 의해 국내공업 성장을 저해받고 있던 당시 독일에서는 보호무역 정책에 의해 국내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초미의 과제였다 . 보호무역론자 F. 리스트의 영향하에 형성된 독일 역사학파는 고전학파의 연역적 이론의 보편성을 거부하고 법칙의 역사적 특수성 또는 구체성을 강조하며 그것을 귀납적으로 밝히는 데 특징이 있었다 . 따라서 이 학파는 경제이론의 발전에는 별로 기여한 바 없으나 경제사의 연구에 크게 기여하였다 . 특히 브렌타노 , 좀바르트 등의 후기 역사학파 학자들과 그 영향하에서 성장한 막스 베버의 자본주의 발전에 관한 연구는 주목할 만한 경제사의 성과로 남아 있다 .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은 과학적 사회주의자인 칼 가격 분석의 가능성과 한계 마르크스에 의해 19 세기 중엽에 확립된 경제학 체계이다 . 마르크스가 체계적으로 경제학 연구를 시작한 것은 1848 년의 혁명이 실패하고 런던으로 망명한 이후이며 경제공황이 프롤레타리아혁명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한다는 믿음에 기초한 것이었다 . < 정치경제학비판요강 >에 실린 그의 원고를 보면 그가 이미 1857~1858 년에 경제학의 체계적 저술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 그 구상의 일부가 1859 년 봄에 < 정치경제학비판 Zur Kritik der Politischer Ökonomie>으로 출판되었다 . 이 책의 서문에 따르면 마르크스의 저술구상은 자본 , 토지소유 , 임금노동 , 국가 , 외국무역 , 세계시장의 순서로 되어 있고 , 그 중 자본항목을 ① 상품 ② 화폐 또는 단순유통 ③ 자본 일반으로 나누고 있다 . 이 중 ① ② 항목이 < 정치경제학비판 >에 해당되고 나머지 ‘ 자본 일반 ’ 이 < 자본론 >으로 귀결된다 . 자본 일반은 다시 ‘ 자본의 생산과정 , 자본의 유통과정 , 양자의 통일 ’ 이라는 세 부분으로 나뉘도록 되어 있었다 . 이 구상에 따라 제 1 부로서 1867 년에 출판된 것이 < 자본론 Das Kapital>제 1 부이다 . 그런데 이 책을 출판할 때에 그는 위의 제 3 부 외에 학설사 부분을 제 4 부로 추가하도록 구상을 바꾸었다 . < 자본론 >제 1 권 이후의 연구성과는 자신이 출판하지 못하고 원고 형태로 엥겔스에게 남겨졌는데 < 자본론 >제 2 부와 제 3 부가 그의 사망 후 엥겔스에 의해 1885 년과 1894 년에 각각 출판되었다 . 그 제 4 부에 해당하는 학설사 부분은 1904~1910 년 카우츠키에 의해 < 잉여가치학설사 Theorien über den Mehrwert>라는 표제로 출판되었다 . < 자본론 >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가장 일반적이고 추상적 범주인 상품 · 화폐의 분석으로부터 출발하여 점차 구체적 범주를 다루어나가는 방식으로 고찰한다 . 제 1 부는 직접적 생산과정을 개별적 또는 재생산과정으로 다루고 잉여가치의 생산 및 자본의 생성과정을 밝히고 있다 . 제 2 부에서는 생산과정을 현실적으로 매개하는 자본의 유통과정이 그 형태변화와 함께 다루어지고 있다 . 제 3 부에서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을 다루고 있으며 자본운동의 구체적 형태인 이윤 , 이자 , 지대가 잉여가치의 현상형태임을 밝히고 있다 . 즉 < 자본론 >제 1 부 제 1 편에서는 자본주의사회의 상품세계를 분석하면서 가치법칙을 그 기본법칙으로 확인하였으며 , 제 1 부 제 2 편 ~ 제 2 부 제 3 편에서는 가치 및 잉여가치의 법칙을 토대로 자본주의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자본 - 임금노동 관계의 본질을 밝혀내었다 . 그리고 제 3 부에서는 다시 자본주의사회의 구체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자본의 운동과정 , 즉 자본 상호간의 관계 및 자본과 토지소유의 관계를 자본주의적 경쟁의 결과로 형성되는 일반적 이윤율 및 생산가격의 법칙을 기초로 하여 밝히고 있다 . 마르크스의 < 자본론 >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내적 관련과 그 경제적 운동법칙을 폭로한 것이다 . 그는 자본주의사회의 발전법칙 속에서 그 해체의 필연성을 밝혀냄으로써 그것이 역사적 · 과도적 형태임을 입증하려고 하였다 .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은 서유럽 산업자본주의 단계의 경험을 토대로 성립한 것이다 . 그러므로 자본주의가 발전하여 독점단계로 이행함에 따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도 새로운 사회에 대응하여 변모하지 않을 수 없었다 . 19 세기에서 20 세기의 교체기의 제국주의화의 경향에 따라 나타난 수정주의와 그것을 극복하려는 제국주의론의 형성이 그것이다 . 자본주의 붕괴법칙을 부정하는 각종 수정주의론에 대한 비판은 로자 룩셈부르크 , 힐퍼딩 , 부하린 , 레닌 등에 의해 이루어졌다 . 로자 룩셈부르크는 제국주의 단 계의 특징인 ‘ 세계시장의 완성 ’ 이 자본주의의 붕괴과정을 촉진하는 것으로 파악하였으며 , 힐퍼딩은 제국주의 단계의 특징을 독점과 금융자본의 집적과정에서 찾으면서 제국주의 단계의 지배적 자본형태인 금융자본을 중심으로 제국주의 정책을 해명하였다 . 한편 부하린은 힐퍼딩의 금유자본론의 성과를 받아들이면서도 자본의 집적과 집중이라는 관점에서 ‘ 개인기업의 집적 → 주식회사 → 독점 → 트러스트 → 금융자본 → 국가자본주의의 트러스트 ’ 라는 도식을 만들어냈다 . 자본주의 발전단계를 파악하는 이 도식은 레닌의 ‘ 제국주의 = 독점자본주의론 ’ 의 전개를 가져오는 이론적 매개 고리로서 기여하였다 . 레닌은 제국주의를 자본주의의 특수한 발전단계로 파악하고 그 특징을 ① 독점자본주의 ② 기생적이고 썩어들어가고 있는 자본주의 ③ 사멸하고 있는 자본주의 등 세 가지로 요약하였다 . 그는 힐퍼딩이나 부하린처럼 자본의 집적과 집중의 관점 또는 사회화의 관점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가 중시한 것은 집적 · 집중의 일반적 경향이 아니라 구체적 사실로서의 독점이었으며 또한 ‘ 조직자본주의 ’ 라고 하는 힐퍼딩이나 부하린이 빠졌던 결함을 벗어나고 있다 . ‘ 제국주의 = 독점자본주의론 ’ 은 1930 년대의 세계 공황을 겪으면서 다시 ‘ 국가독점자본주의론 ’ 으로 확립되었다 . 그것은 제 1 차세계대전을 전후해서 조성된 자본주의의 일반적 위기의 산물이며 국가의 경제적 기능이 현저히 강화되고 그 성격이 변화한 데 따른 것 이다 .

1870 년대에 서유럽에서 한계효용을 기본 개념으로 하여 형성 , 발전된 경제학의 학설들을 통틀어 근대 경제학이라고 한다 . 근대 경제학은 1870 년대 초에 영국의 제본스 Jevons, 오스트리아의 칼 멩거 Menger, K., 스위스에 정착한 프랑스인 왈라스 Warlas 등이 거의 동시에 한계효용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새로운 경제이론 체계를 형성한 데서 비롯되었다 . 그들은 교환경제 사회의 합리성의 기초를 개인의 주관적 평가에서 찾았고 경제분석의 초점을 소비 또는 수요에 두었다는 점에서 노동이나 생산비의 개념을 기초로 생산적 관점에서 경제를 분석하는 고전학파나 마르크스 학파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 수요에 대한 분석이나 한계효용의 개념은 고전학파의 리카도 , 매컬로크 , 세이 , 베일리 Bailey, S., 시니어 Senior, N. W. 등에서 이미 싹트고 있었으며 고센 Gossen, H. H. 은 한계이론의 두 지주인 ‘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 과 ‘ 한계효용 균등의 법칙 ’ 을 거의 완벽한 형태로 제시한 바 있었다 . 그러나 이들의 견해는 어디까지나 선구적 역할을 한 데 지나지 않는다 . 왜냐하면 한계효용 이론은 1870 년대 초 위의 세 학자에 의해 학계에 널리 알려지고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 이러한 근대 경제학의 성립배경에 관해서는 다양한 설명들이 있다 . 일반적으로는 신칸트학파의 철학이나 영국의 실증주의 또는 경험비판적인 철학이 경제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 한편 산업자본주의에서 독점자본주의로의 이행에 따른 공황의 빈발이 수요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는 설명이 있는가 하면 노동운동의 격화에 따른 사회적 , 실천적 문제에 대한 전면 대결을 회피하려는 태도에서 근대 경제학의 성립을 설명하기도 한다 . 근대 경제학의 기초인 한계효용 이론은 모든 사회관계에서 고립된 로빈슨 크루소와 같은 인간의 경제적 행동을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 그리고 한계효용 이론가들은 소비자가 일상적 소비재를 구입하는 것이나 생산자가 생산에 필요한 재료나 노동을 구입하는 것이나 똑같은 교환현상으로 파악하며 이때의 교환에서 성립하는 가격을 중심으로 경제를 분석한다 . 가격분석에서도 공급보다는 수요의 측면을 보다 중요시하며 공급측면을 분석하는 경우에도 생산과정에 대한 사회구조적 분석을 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문제의 사회적 , 정치적 측면이 사상될 수밖에 없다 . 이러한 방법론상의 특징으로 말미암아 경제학은 특정 사회의 구조적 특징이나 역사적 규정성에 대한 관심을 배제함으로써 비역사적 , 몰사회적 성격의 기능적 학문으로 전화하였다 . 근대 경제학의 이러한 성격은 정치경제학의 전통을 이어온 고전학파나 마르크스학파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 근대 경제학의 발전과 더불어 굳어진 이러한 경향은 경제학을 “ 가능한 몇 개의 목적을 위하여 한정된 수단을 이용하려고 할 때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분석하는 과학 ”(Robbins, L. C., “An Essay on the Nature and Significance of Economic Science”, 1932) 이라고 규정하도록 만들었다 . 제본스 , 왈라스 , 칼 멩거에 의해 동시에 창시된 효용이론 체계는 각기 캠브리지 학파 , 로잔느 학파 , 오스트리아 학파로 발전하였으며 특히 캠브리지 학파의 창시자인 알프레드 마샬 Marshall, A. 은 한계효용 이론을 발전시키고 고전학파 이론의 계승적 발전이라는 맥락에서 종합하고 체계화함으로써 근대 경제학의 튼튼한 기초를 다졌다 . 자본주의 위기와 심화 , 특히 1930 년대 초의 세계공황은 근대 경제학의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 생산력의 대규모의 붕괴와 방대한 실업 및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적 , 정치적 문제를 수반한 세계 공황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위기감을 불러일으켰고 , 경제의 기능적 분석과 균형이론에 안주 ( 安住 ) 하고 있던 근대 경제학에 대한 강력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 이때의 근대 경제학에 대한 반성은 새로이 관심을 끌게 된 독점과 실업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 1929 년에 발표된 스라파 Sraffa, P. 의 논문 「 경쟁적 조건하의 수확의 법칙 The Laws of Returns under Competitive Conditions 」 은 근대 경제학에 독점 문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그 문제는 1930 년대에 들어와 챔벌린 Chamberlain, E., 로빈슨 Robinson, J. 에 의해 독점적 경쟁 monopolistic competition 또는 불완전경쟁 impertect competition 에 관한 이론으로 전개된다 .

1930 년대의 공황이 근대 경제학에 미친 보다 중요한 영향은 케인즈 혁명으로 나타났다 . 케인즈는 캠브리지 학파의 전통에서 교육을 받았으나 1930 년대의 공황을 경험함으로써 자본주의사회에서의 가격기구에 의한 자동조절 작용에 대한 결정적 회의를 갖고 그 대안으로서 유효수요 이론을 제시하였다 . 그의 유효수요 이론은 1936 년에 출판된 < 고용 , 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 >에서 체계화되었다 . 그는 유효수요의 부족에 의한 불황과 실업 , 즉 불완전고용이 자본주의사회의 일반적 현상이며 완전고용은 가격 분석의 가능성과 한계 특수한 경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 ‘ 세이의 법칙 Say’s law’ 을 신봉하고 일반적 과잉생산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고전학파에 대한 비판으로 제시된 케인즈의 이러한 견해는 가격기구의 자동조절 작용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고 있다 . 그는 소득순환에 착안함으로써 유효수요의 부족에 의한 불황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 자본주의사회의 유지를 위해서는 국가의 정책적 개입이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 가격이론에서 소득이론으로의 전환을 가져온 유효수요 이론과 자유방임 정책을 비판하고 국가의 개입을 정당화한 수정자본주의 이념은 획기적인 것이며 따라서 그것을 ‘ 케인즈 혁명 ’ 이라고 부르고 그의 이론의 등장을 근대 경제학에서 현대 경제학으로의 분수령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

제 2 차세계대전 종결 이후 오늘날까지 서구의 경제학은 케인즈 이론을 캠브리지 학파의 본래의 신고전파 이론에 결합시킨 이른바 ‘ 주류경제학 ’ 에 의해 주도되어왔다 . 그것은 정책적으로는 국가에 의한 총량적 수요조절 정책과 자유방임주의 원리에 의거한 시장기능의 활성화를 적절히 배합한 것이다 . 또한 보수주의 내부에서는 시카고대학의 프리드만을 중심으로 화폐주의자들 monetarists 이라고 불리는 그룹에 의해 보다 자유주의적 경향이 분화되어 나옴으로써 대립적 양상을 띠고 발전해오고 있다 . 사뮤엘슨 중심의 신고전파와 프리드만 중심의 화폐주의자들에 의해 주도되어온 현대 경제학은 1960 년대 말부터 서구 자본주의국가들에 내습한 인플레이션과 불황 및 소득불평등의 심화 , 공해 등 외부 불경제의 누적 , 독과점의 강화 등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들이 격화됨으로써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였다 . 주류 경제학 쪽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도전에 대처해나가면서도 기존의 이론적 틀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시도해왔다 . 이에 반하여 존 로빈슨 , 뮈르달 , 갈브레이스 , 볼딩 등은 시장기구의 기능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경제 성장에 대한 편향을 비판함으로써 주류 경제학에 반기를 들었고 , 새로운 이론을 모색해왔다 . 다른 한편에서는 이들의 비판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본주의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계급투쟁이나 사회주의까지도 도입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져왔는데 그것을 흔히 급진파경제학 radical economics 이라고 부르고 있다 . 또 제 3 세계 국가들에서는 선진 자본주의국가에서 도입된 주류 경제학과 그 실천적 응용인 경제개발 이론에 대한 비판이 일어났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중남미의 종속이론 dependency theory 이며 한국에서 형성된 ‘ 민족경제론 ’ 도 그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

2002 노동자 전자도서관 "노동자의 책" 만들기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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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결제와 QR코드: 새로운 핀테크의 가격 분석의 가능성과 한계 가능성과 한계

학회 참석차 중국 상하이에 들렀다. 푸동공항에서 자기부상열차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숙소로 향했다. 전화기에 중국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은 외국인은 지하철 티켓 자판기를 사용하지 못하기에 창구에서 겨우 티켓을 구매했다. 함께 간 동료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식당 계산대에선 손님들이 온통 스마트폰 화면을 주인에게 들이대고 있었다. 화면을 살펴보니 하나같이 하얀 바탕에 검은 점이 가득한 사각형 모양의 QR코드를 띄우고 있었다. 식당이나 지하철뿐만 아니라 편의점이나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길거리의 공유자전거를 대여할 때도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고 있었다.

중국의 알리페이나 가격 분석의 가능성과 한계 위챗페이 같은 모바일 직불결제 시스템의 편의와 명성에 대해 자주 들어왔으나 실제 중국인들이 일상에서 얼마나 그것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QR코드로 구걸한다는 걸인은 보지 못했지만, 길거리에 체리와 무화과를 쌓아놓고 파는 노점상이 QR코드를 사용하는 것은 목격했다. 그런데 중국에 머무는 며칠 동안 관찰한 바에 따르면, 상거래에서만 QR코드가 쓰이는 것이 아니라 상업광고, 정보안내, 홍보 등 거의 모든 곳에 보편화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QR코드는 눈이 닿는 곳 어디에든 있었고 중국인들은 그것에 매우 익숙한 듯했다.

우리에게도 QR코드는 생소하지 않다. 여전히 세로줄 바코드를 많이 쓰지만 온라인 결제나 각종 인증문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QR코드의 2차원적인 정보 배열 방식은 1차원적인 바코드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도록 한다. 생산된 제품의 이력을 추적하거나 가격 정보 등을 손쉽게 수집할 수 있도록 고안된 QR코드 기술은 일본의 덴소 웨이브(Denso Wave) 주식회사가 특허를 가지고 있다. 1994년에 ‘재빨리 반응(인식)한다(Quick Response)’는 의미로 QR코드가 발명된 이후 2000년에는 ISO 국제규격으로 인정되기에 이른다. 그런데 덴소 웨이브가 QR코드 특허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세계인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공기술이 됐다. 사용이 편리한 이 공공기술은 하나의 플랫폼이 되고 더욱 편리한 기술들과 결합돼 널리 보급될 수 있었다. 첨단 기술이 필요 없어 보이는 단순한 QR코드 인식 기술이 핀테크(금융기술) 및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들과 결합해 거대한 중국의 온·오프라인 상거래의 기반이 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와는 달리 왜 중국에서는 QR코드와 그것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 방식이 급격히 발전했을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아마도 두 가지 정도의 대답이 가능할 것이다. 우선 중국에서의 낮은 신용카드 보급 및 가격 분석의 가능성과 한계 사용률과 관련이 있다. 말하자면 신용카드가 보급되던 시기에 갑자기 등장한 모바일 결제 방식이 훨씬 더 많은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게 됐다. 신용카드 소유자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더 많았던 셈이다. 이것이 또한 두 번째 이유와 관련이 있는데, 알리바바나 텐센트 등과 같은 중국의 IT 기업들이 구축한 광대한 네트워크와 그 네트워크를 떠받치는 플랫폼 기술의 발전이 지금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일상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물론 거기에는 중국 정부의 기술 혁신에 대한 개입이나 글로벌 경제 블록의 경쟁과 같은 배경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핀테크 차원에서 다른 나라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늘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시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알다시피 국내에서도 다양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존재한다. 삼성페이는 자체적인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을 택했고, 페이코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한다. 요즘 오프라인 결제시장에 진출하면서 대규모 광고를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카카오페이는 중국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처럼 QR코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광고의 주인공은 주로 소상공인 혹은 자영업자들이다. 수산시장이나 푸드트럭 사장님들이 등장해, 거스름돈을 줄 필요가 없고 수수료도 없어 고객이나 사업자나 모두에게 편리하다는 이야기를 마치 공익광고처럼 한다. 거의 20년 간 우리를 괴롭혀 온 공인인증서도 필요 없고 계좌번호를 몰라도 송금이 되고 신용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에다 수수료가 아직은 없다는 점은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QR코드 편의성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가

최근 들어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위협이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알바 임금보다 더 자영업자들을 위협하는 것은 사실 건물 임대료, 본사 가맹 수수료,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페이를 사용하면 적어도 신용카드 수수료를 영세 자영업자의 몫으로 돌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에서 준비 중인 서울페이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매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판매자의 QR코드를 찍어 송금하는 일종의 공공 핀테크 서비스로, 카카오페이와 유사하게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거래의 편의를 제공하며 수수료 면제의 혜택을 줄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페이는 자영업자들의 이익뿐만 아니라 고객의 편의까지도 가져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할인혜택이나 포인트 적립이 추가되면 더욱 급속히 활성화될 것이다. 누구도 지금의 QR코드와 모바일 페이의 편의성을 부정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가 중국의 길을 가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머지않아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상당부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는 얼마나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해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가에 달려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의 편의성과 핀테크의 발전만으로 QR코드와 모바일 페이를 바라보는 것은 한계를 지닌다. 온·오프라인 결제 플랫폼과 QR코드는 단순히 사용자 편의성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자본과 데이터가 결합해 순환을 만들어내는 장이다. 삼성, 엘지, 롯데 등 국내 재벌 기업들,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들, 그리고 KT나 SK같은 통신사가 왜 기를 쓰고 이 전쟁에 뛰어 드는지, 왜 그들이 은산분리 원칙의 완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는지를 눈여겨 볼 일이다. 모바일 핀테크가 이끌어 내는 것은 여타 플랫폼 기술 기반 서비스들과 다르지 않다. 소비자와 유통 및 생산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각종 거래 데이터의 완벽한 수집, 축적된 빅데이터의 분석으로 더 정밀하고 예측 가능한 생산·유통 관리, 나아가 상거래 생태계를 구성하는 플랫폼의 개선으로 나아간다. QR코드는 그러한 새로운 산업, 금융, 유통, 기술의 생태계로 인도하는 부적처럼 보인다.[워커스 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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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코로나19 리포트 시즌2] mRNA는 어떻게 백신으로 개발되었고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

‘mRNA(전령RNA) 백신’이라 불리는 생소한 물질이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백신 경쟁의 결승점을 먼저 통과했다. 2020년 11월 독일의 바이오엔테크와 미국의 화이자가 공동개발한 BNT162b2가, 12월 미국의 모더나와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가 공동개발한 mRNA-1273이 각각 FDA 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두 종류의 mRNA 백신이 전통적인 백신들을 따돌리고 개발 속도 면에서 가장 앞서 나갔다. mRNA 백신은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더라도 가장 빨리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mRNA가 백신으로 사용된 것은 코로나19가 첫 사례이다. 그럼에도 어떻게 이토록 놀라운 성공을 거뒀을까? 이번 리포트에서는 mRNA 백신의 정의, 면역 유도 원리, 생산법, 장‧단점,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바이오엔텍과 모더나가 개발한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의 유효율. 위약 그룹에서 감염자가 증가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두 백신 모두 1차 접종 2주일 이내에 뚜렷한 예방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다. IBS 제공 (출처 Topol, 2020)

바이오엔텍과 모더나가 개발한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의 유효율. 위약 그룹에서 감염자가 증가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두 백신 모두 1차 접종 2주일 이내에 뚜렷한 예방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다. IBS 제공 (출처 Topol, 2020)

현재 사용되는 mRNA 코비드19 백신 비교. IBS 제공

mRNA란 전령 리보핵산(messenger RNA)의 준말이다.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는 유전정보를 담아서 이를 전달하는 전령 역할을 한다. mRNA는 수백~수천 개의 단위체가 구슬처럼 연결된 긴 사슬 구조를 갖고 있다. 단위체에는 4종류가 있는데(A, G, C, U), 이 4종의 단위체들이 어떻게 나열되느냐에 따라 다른 유전정보를 담게 된다.

mRNA 백신은 mRNA 분자와 이를 둘러싼 지질층으로 구성된다(그림2). mRNA가 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이고, 지질층은 전령(mRNA)을 보호하고 세포 안으로 넣어주는 이동장치인 셈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mRNA 백신의 경우,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다. 즉, 이 mRNA가 사람의 세포로 들어가면 스파이크단백질이 생산된다. 백신에 의해 생성된 스파이크단백질은 항체 형성을 유도하는 ‘항원’으로 기능한다.

mRNA 백신의 작동원리.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스파이크단백질의 유전정보를 담은 mRNA는 사람의 세포로 들어가 스파이크단백질을 만든다. 이를 바이러스 침입으로 착각한 인체는 스파이크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낸다. mRNA 백신이 후천성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IBS 제공(자료 Topol, 2020)

mRNA 백신의 작동원리.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가격 분석의 가능성과 한계 스파이크단백질의 유전정보를 담은 mRNA는 사람의 세포로 들어가 스파이크단백질을 만든다. 이를 바이러스 침입으로 착각한 인체는 스파이크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낸다. mRNA 백신이 후천성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IBS 제공(출처 Topol, 2020)

인체의 면역세포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단백질로 인해 마치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황으로 착각을 하고 스파이크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낸다. 항체를 만드는 B 면역세포뿐만 아니라 이를 도와주는 T 면역세포도 활성화된다. 이와 같은 반응을 ‘후천성 면역’이라 부른다. 즉, ‘간접체험’을 통해 인체는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얻는다. 이후에는 실제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온다고 해도 항체가 바이러스를 감싸서 감염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스파이크단백질을 만들면, 면역세포가 이 세포를 알아보고 공격해서 죽이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을 수 있다.

백신에 사용되는 mRNA는 자연적인 mRNA를 모방하여 만든 인공 RNA이다. mRNA 백신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려면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자연적인 mRNA와 유사한 정도이다. 단백질을 잘 만들어내어야 하고, 진짜 바이러스의 mRNA인 것처럼 세포를 속일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선천성 면역반응이 과다하게 일어나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세포가 백신의 mRNA 자체를 침입자로 인식해 과다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면 항원으로 작동할 단백질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 면역 ‘선행학습’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mRNA의 구조를 살펴보자(그림3). 단백질 정보를 담는 코딩서열(coding sequence)이 mRNA의 핵심이다. mRNA 백신의 경우 면역반응을 유발할 항원(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스파이크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코딩서열에 담는다. 코딩서열을 둘러싼 비번역서열(UTR·untranlated region)은 단백질 생산을 돕는다.

한편, RNA가 시작하는 쪽 끝을 5’ 말단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캡(cap)’이라는 중요한 구조가 있다. 캡은 단백질 생산을 돕고, mRNA가 파괴되지 않도록 막아준다. 또한 mRNA가 지나친 선천성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한다. 반대쪽 끝은 3’ 말단이라 한다. 여기에는 ‘폴리A꼬리(poly(A) tail)’라 부르는 중요한 구조가 있다. 단백질 생산을 돕고 mRNA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위에 설명한 구조는 자연적인 mRNA에 원래 존재하는 것들이다. mRNA 백신의 경우 RNA의 자연적인 염기 성분을 수도유리딘(pseudouridine), 메틸수도유리딘(N1-methyl-pseudouridine), 메틸사이토신(5mC)과 같은 인공적인 유도체로 교체함으로써 과다한 면역 반응을 피하고 단백질 생산이 잘 일어나도록 설계한다.

 mRNA 백신의 구조와 제조 방법. mRNA는 단백질의 정보를 담은 코딩서열, 단백질 생산을 돕는 비번역서열, mRNA가 파괴되지 않도록 막는 캡 그리고 mRNA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폴리A꼬리로 구성된다. RNA를 세포 내로 전달하기 위해 지질과 폴리에틸렌글라이콜 등을 섞어서 나노입자를 만든다. [Verbeke et al., 2019; Linares-Fernández et al., 2019]

mRNA 백신의 구조와 제조 방법. mRNA는 단백질의 정보를 담은 코딩서열, 단백질 생산을 돕는 비번역서열, mRNA가 파괴되지 않도록 막는 캡 그리고 mRNA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폴리A꼬리로 구성된다. RNA를 세포 내로 전달하기 위해 지질과 폴리에틸렌글라이콜 등을 섞어서 나노입자를 만든다. IBS 제공 (출처 Verbeke et al., 2019; Linares-Fernandez et al., 2019)

mRNA 백신의 제조 방법

mRNA 백신은 여러 단계의 효소 반응을 거쳐 만들어진다(그림3). 우선 RNA를 제조하려면 거푸집(주형) 역할을 하는 DNA를 만들어야 한다. DNA에 RNA중합효소, RNA의 단위체와 캡 유사체 등을 첨가하여 반응시키면 mRNA를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mRNA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폴리A꼬리가 생기고, 유리딘 유도체가 삽입된다. 경우에 따라 RNA 합성 이후에 캡을 붙이고 적절한 변형을 가하기도 한다. 이후 DNA와 부산물을 분해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제 과정을 거친다. 합성과정에서 불순물로 생기는 이중나선RNA를 방치하면 과도한 선천성 면역 반응이 일어나서 문제가 될 수 있다.

mRNA는 세포 안으로 들어가야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RNA는 전하를 띤데다 분자량이 커서 그 상태로는 세포막을 통과해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우리 몸의 RNA 분해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RNA를 보호하고 세포로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져왔다. 현재는 지질나노입자(liquid nanoparticle) 기술이 가장 널리 쓰인다.

지질나노입자는 여러 종류의 물질을 혼합하여 만든다. 인지질과 이온화가 가능한 지질(이온화지질·ionizable lipid)은 입자의 주된 구성 성분으로 세포막과 융합해서 RNA를 전달한다. 콜레스테롤은 입자의 모양을 유지하고 세포질로 RNA가 이동하는 과정을 돕는다. 폴리에틸렌글라이콜(PEG·polyethylene glycol)은 입자의 친수성을 높이고, 지질나노입자가 체내에 오래 머무를 수 있게 도와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질나노입자는 보통 지름 10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정도로, 바이러스 입자와 비슷한 크기이다.

코로나19 백신의 사례에서 보았듯, mRNA 백신의 장점은 무엇보다 신속성과 유연성이다. 병원체의 유전자 정보만 알면 빠르게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다. 2020년 1월 10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유전자 정보가 공개된 후 모더나에서 1상 임상시험에 필요한 백신을 만드는 데 고작 25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다른 문제로 인해 실제 임상시험은 3월 16일에 시작됐다).

게다가 이 기간은 백신 개발 플랫폼이 정비되면 더 단축할 수 있다. 어떤 신종 병원체가 등장해도 유전자 정보만 알면 한 달 이내에 백신을 만들어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다. 초기 개발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비교적 환자가 적은 감염병에 대해서도 대비할 수 있다. 또, 기존 약물(단백질이나 저분자화합물)에 비해 소규모 설비로도 생산이 가능하다. 생산 파이프라인 설계에 따라 소량부터 대량까지 생산량을 유연히 조절할 수도 있다. 여러 종류 mRNA를 생산해 혼합해서 도입하는 접근법도 가능하다.

안전성(safety)도 큰 강점이다. mRNA는 원래 우리 몸에 있는 물질이므로 그 자체로는 독성이 없다. 제조 과정에서 세포를 이용하는 대신 정제된 효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위험한 불순물이 들어갈 우려도 거의 없다. 기존에 사용된 어떤 백신 종류보다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이유이다. 다만 mRNA를 전달하는 지질나노입자의 성분인 폴리에틸렌글라이콜이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제기되고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평가와 검증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우려는 곧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단점으로는 열안정성(thermal stability)이 꼽힌다. 다른 백신들은 4℃나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다. 그러나 모더나 백신은 냉동고에서 보관해야 하고, 화이자 백신의 경우 초저온(-70℃) 상태에서 유통해야 한다. 정제된 mRNA 자체는 상당히 안정적인 물질이지만, 지질나노입자가 불안정해서 저온 보관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질나노입자의 개선 혹은 대체 기술 개발이 관건이다.

mRNA 설계에도 개선의 여지가 크다. RNA의 구성 요소 각각에 대한 연구를 통해 RNA가 더 오래 세포에 머무르며 더 많은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만들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과잉면역을 피하면서 적절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최선의 솔루션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RNA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면 가격을 낮추며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빨리, 더 안전하게 백신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현재 임상2상이 진행 중인 독일의 큐어백(Curevac)사의 mRNA 백신의 경우는 12마이크로그램으로도 효과를 나타내고 냉장으로 유통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어서, mRNA 백신 기술은 추가적 발전 여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

그림4. 반세기 이상의 연구 끝에 mRNA는 인류를 감염병 위기에서 구할 강력한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위키미디어(cc) 제공

mRNA는 1961년 발견 이후 반세기가 넘는 연구 끝에 인류를 감염병 위기에서 구할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mRNA의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된 만큼, 앞으로 mRNA 백신이 감염병 예방에 널리 사용될 것이 분명하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변이를 만들어가며 계속 인류를 괴롭힐 것이기 때문에,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처에 mRNA 백신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모든 병원체에 mRNA 백신이 효과가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신종 병원체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간 대책 없이 방치되었던 저개발국의 국지적 감염 사태에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미 지카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말라리아 등에 대한 mRNA 백신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감염병 예방 백신 이외에 암 백신으로의 활용 가능성도 높다. 암 세포는 정상 세포와는 달리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mRNA 기반 암 백신의 투여로 암 특이적인 단백질이 체내에서 생성되면, 이후 면역세포가 암 단백질을 인지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암 세포 단백질은 환자마다 다를 수 있어서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mRNA는 설계가 비교적 쉬워 개인 맞춤형 암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전 mRNA 백신의 주요 타깃은 암이었고, 현재 다수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mRNA는 백신을 넘어서 ‘유전자 전달체’로서 의학과 생명공학에 광범위하고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mRNA는 이론적으로는 어떤 유전자든지 우리 몸으로 전달할 수 있다. mRNA를 이용해서 우리 몸에 부족한 유전자를 도입하는 ‘유전자 치료’가 가능한 것이다. mRNA는 설계와 생산이 쉽고 빠르다. 따라서 플랫폼만 잘 갖추어 놓으면 각종 질환에 수개월 이내에 대처할 수 가격 분석의 가능성과 한계 있다. 즉, 질환의 유전적 원인만 파악되면 이에 대응할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은 비교적 쉽고 초기 개발 비용이 저렴하다. 이에 시장규모가 작아 개발이 어려웠던 희귀질환의 치료제 등장에도 희망을 걸어 볼 수 있다. 기존 약물 개발에 십년 이상의 시간과 수천억 원의 비용이 드는 것과 비교하면 혁명적 변화이다.

이러한 장밋빛 꿈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mRNA가 갖고 있는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해야 할 일도 많다.

우선, RNA 자체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RNA가 우리 몸에서 가격 분석의 가능성과 한계 오래 머무르며 단백질을 잘 만드는 동시에 과다한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RNA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필요하다. 둘째, RNA 전달 기술이 더 개선되어야 한다. 우리 몸 어디로든 mRNA를 충분히 전달하려면 특정 기관과 세포로 RNA를 보내는 효율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열안정성이 높고 더 안전한 전달체 개발도 관건이다. 셋째, 질환의 유전적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어떤 유전자를 전달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질환의 원인에 대한 분자유전학적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다학제적인 연구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와 물적 인프라가 필요하다. 전문 인력을 키우고, 기초연구실·병원·제약업계·정부가 긴밀히 협력하도록 돕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이 빠르고 성공적으로 개발됐듯, 이 꿈이 이루어지는 데도 그리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다.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유전정보를 치료제로 곧바로 이어주는 RNA 기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는 21세기 과학이 인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될 수도 있다.

Verbeke et al., Nano Today, 28:1 (2019), Three decades of messenger RNA vaccine development

Linares-Fernández et al., Trends in Molecular Medicine, 26:311 (2019), Tailoring mRNA vaccine to balance innate/adaptive immune response.

Topol, Cell, (2021), Messenger RNA vaccines against SARS-CoV-2.

Jackson et al., NPJ Vaccines 11:1 (2020), The promise of mRNA vaccines: a biotech and industrial perspective.

Polack et al., NEJM 383:2603 (2020), Safety and efficacy of the BNT162b2 mRNA Covid-19 vaccine.

Jackson et al., NEJM 383:1920 (2020), An mRNA vaccine against SARS-CoV-2 – Preliminary report.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RNA생물학)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지난해에 이어 사스코로바이러스-2(SARS-CoV-2)의 과학적 이해와 극복 방안 모색을 위한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2’를 연재합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최근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이러스 변이와 백신‧치료제 개발 관련 연구동향과 쟁점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IBS 과학자들과 국내 전문가들이 전달하는 최전선의 지식과 정보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종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가격 분석의 가능성과 한계

실재론으로부터 제기된 비판에서 드러났듯이 신고전파경제학은 인간사회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데서 많은 한계를 가진다. 효용/편익의 가격 분석의 가능성과 한계 극대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장의 최적화/균형에 대한 부당한 믿음은 경제학을 현실로부터 동떨어진 관념적 체계로 전락시켰다. 이러한 관념성은 생태적 위기를 설명하지 못하는 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앞에서 이미 살펴보았듯이 현실을 평면적으로 이해하고 단위로 쪼개서 계산할 수 있게 하는, 그래서 모든 단위가 교환가능하고 하나의 단위를 다른 단위로 보상할 수 있게 하는 경제학적 기법은 생태위기를 설명하고 대응하기보다는 그것의 양상을 축소하게 한다. 기껏해야 환경적 충격을 전통적인 가격과 시장 체계 안으로 통합하는 것에 멈춘다.57) 사실 우리는 일상에서 생태적 위기 현상에 의해 나타나는 수많은 위험신호를 체험하고 있다. 그런데 일상을 위협하는 수많은 위험들은 신고전파경제학이 고려할 수 있는 특정 단위로 표현될 수 없기에 무시되기 일쑤다.58) 기후변화, 먹을거리 안전성, 물 부족, 미세먼지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는 위험신호는 경제학적 패러다임에 의해 지속적으로 무시당하고 있는 것이다.59)

경제학적 패러다임이 위험신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실재가 가지는 불확실성(uncertainty)과 다중성(multiplicity)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확실성과 다중성, 즉 실재의 복잡성을 받아들인다면 정당성을 가진 관점은 여러 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60) 하나의 기준으로 환원하여 측정할 수 있다는 관념적 전제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입장에서 인식하는 다양한 가치판단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제 과학은 그렇게 다양한 가치판단들을 ‘합리적으로’ 모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을 향해야 한다. 과학적 지식은 중립적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standpoints)으로부터의 현실 인식이 합리적 절차를 통해 논의됨으로 도달하게 되는 잠정적 합의(provisional consensus)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민주적’ 과학관 또는 지식관은 다양한 분과과학들 사이에도 적용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토 노이라스(Otto Neurath)의 표현을 빌자면, ‘과학들 사이의 협력’(orchestration of the sciences)인 것이다.61) 과학적 실천이 일상의 학습과정과 깊숙이 연루되는 것은 이러한 숙의 과정을 통해서이다. 비판적 실재론의 길을 따라 일군의 생태경제학자들의 주장을 좇아가 보자.

1. 지식/과학 패러다임의 전환

생태경제학자들은 낡고 협소한 경제학적 패러다임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것이 터하고 있는 오래된 과학적 지식의 기준을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지적 도구가 필요한 것이다.62) 그리고 비판적 실재론과 유사한 입장에서 생태경제학은 인간 삶을 틀 지우는 복잡한 체계들이 가지는 불확실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사회의 문화, 경제, 정치, 그리고 생태계는 복잡하게 얽혀 공진화(co-evolution)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진화의 과정에서 우발성을 통해 드러나는 현상들은 절차적 합리성(procedural rationality)에 근거한 숙의제도에 의해서만 지식의 영역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다는 점도 비판적 실재론의 주장과 겹친다. 생태경제학에서 바스카가 제시한 층화된 복잡한 기제는 복잡계(complex system)로 제시된다. 모든 체계는 근본적으로 불확실성을 띠고 있다.63) 단순한 체계는 결정론적이고 선형적인 인과 분석으로 설명될 수 있다.64) 문제는 경제학이 복잡한 실재를 단순한 체계로 가정하고 분석을 진행함으로써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여기서 지적해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이러한 체계는 일련의 현상에 대한 인간의 지적 구성물이라는 것이다.65) 바스카의 자동적 대상과 타동적 대상의 구분과 일치하는 생각이다. 일치된 생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인간 지식이 가지는 이중의 불확실성(대상이 가지는 복잡성과 대상을 향한 관점의 다중성)은 과학적 지식의 커다란 장애물처럼 보이지만 직면한 문제에 대한 상이한 과학적 견해들을 공존하게 하는 긍정적 조건으로 해석된다.66)

이렇게 관점을 뒤집으면 과학적 실천은 평면에서 점을 찾아 직선으로 연결하는, 현실을 왜곡하는 단순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process)이 과학의 객관성을 보장하는 핵심으로 대두된다. 과학적 실천은 ‘문제 해결 과정’(problem-solving process)인 것이다.67) 문제 해결 과정은 과학적 논의와 학습,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정책 결정을 포괄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확장된 참여의 여지가 주어진다. 상이한 가치 판단에 따른 다양한 견해들이 반영된다면 문제해결과 정의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인정하면서도 결과로 얻어지는 지식의 질을 보증할 수 있게 된다.68) 과학의 역할은 포기되지 않고 여전히 핵심적이지만 “자연적 체계의 불확실성”과 “인간 가치의 관련성”의 맥락에서 다시 정의되어야 하는 것이다.69) 과학적 지식의 생산과 교육에서 유일하게 올바른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과학자와 교육자는 “타협의 해결책”(compromise solutions)을 추구해야 한다.70) 그리고 과학의 기준을 단순화된 평면의 명증성에서 복합적 체계에 대한 다면적 이해와 민주적 합의 과정으로 변경하게 되면 과학적 발견의 과정은 학습과정(learning process)과 중첩된다.71) 이제 과학적 실천은 가치를 담고 있는 다양한 견해들의 ‘두꺼운’ 내용이 다소 ‘정제된’ 형태로 공유되고 토론될 수 있는 방향과 틀을 제공하는 것에 맞추어져야 한다.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실재론적 근거를 가져야 하지만 인식론적인 상대주의를 수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상대주의가 지적 허무주의로 치우치지 않는 것은 실천적 지식의 두터움과 그것에 기반한 민주적 토론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이러한 지식의 공유와 토론이 생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과학적 실천은 문제해결의 과정이자 학습의 과정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전문가/교육자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펀토위츠와 레베츠가 이름붙인 탈-정상과학(post-normal science)은 실증주의적 정상과학에 도전하면서 전문가/교육자의 역할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이 그 자체로 공인된 전문가/교육자의 위치를 공격하는 것은 아니다.72) 전문가/교육자의 역할을 재정립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전문가/교육자는 촉진자(facilitator) 또는 촉매(catalyst)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식의 자동적 차원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가치로 충만한 특정한 관점들로부터만 인식된다. 부분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가는 특정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 빠지기 쉬운 독단적 태도를 넘어, 다양한 생각들이 어떤 대상을 향한 것인지, 그리고 그 대상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와 과정을 거쳐서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지의 규칙을 제공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다양성과 갈등은 우월한 과학에 의해 제거될 수 있는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실존 조건이며, 그 아래서 보다 풍부하고 두터운 과학적 지식의 성취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기도 하다.73) 우리 모두는 산비탈의 특정한 지점에서 산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래서 부분만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것이 환영은 아니다. 각자의 시점에서 산의 윤곽을 이야기하고, 결코 완벽한 그림을 그릴 수는 없겠지만, 퍼즐을 맞추어 가는 논의를 발전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74)

2. 방법론적 다원주의

다양한 형태의 지표들을 동시에 고려하는 생태경제학적 기법으로 제안된 다중기준 분석(multi-criteria analysis)을 통해 앞의 이야기를 조금 더 진전시켜 보자. 다중기준 분석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해당사자들에게 여러 대안적 가능성을 숙의할 수 있게 한다. 다중기준 분석은 신고전파경제학처럼 깔끔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사태의 갈등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고 다양한 입장들 사이의 논의에 의해 합의에 이를 수 있게 한다.75) 이러한 “방법론적 다원주의”(methodological pluralism)76)는 대화의 맥락(context of dialogue)에서 의미를 얻게 된다.77) 경제적 문제에 대한 분석과 이해는 전문가들에 의해 확정되어 통보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대화와 토론을 거치면서 신뢰와 객관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이러한 숙의 과정은 동시에 학습의 과정이기도 하다.78)

다중기준 분석의 철학적 토대는 공약가능성(commensurability)과 비교가능성(comparability)에 대한 논의로부터 도출된다. 전통적인 경제학은 공약가능성을 전제한다. 강한 공약가능성은 공통의 기준으로 행위의 결과들을 측정하여 순위를 매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수적 등급(cardinal scale)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A, B, C 세 명의 성적을 90, 85, 83점으로 점수 매기는 것이 강한 공약가능성의 표현이다. 이에 반해 약한 공약가능성은 서수적 등급(ordinal scale)만을 나타낼 수 있다. 점수로 표시할 수는 없지만 A, B, C 세 명을 1등, 2등, 3등으로 순위 매기는 것이 약한 공약가능성의 표현방식이다. 약한 공약가능성과 강한 공약가능성은 모두 강한 비교가능성으로 분류될 수 있다. 강한 비교가능성은 서로 다른 행위들의 순위를 매길 수 있는 하나의 비교항(comparative term)을 가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약한 비교가능성은 환원 불가능한 가치 갈등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지만 실천적 판단을 포함하는 합리적 판단은 인정한다.79)

논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듯이 생태경제학은 공약가능성을 모두 기각한다. 그리고 강한 비교가능성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직 약한 비교가능성만이 생태경제학이 표방하는 다중기준 분석과 충돌하지 않는다.80) 다중기준 기법에 근거한 평가 기법은 “건설적인 합리성”(constructive rationality)에 토대를 두고 갈등하는 서로 공약불가능한, 그래서 다차원적일 수밖에 없는 결정들의 효과들을 모두 고려하게 하기 때문이다.81) 바스카의 판단적 합리성은 이러한 약한 비교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고전파경제학이 비판에 직면하여 제기하는 반론은 사회가 지탱되기 가격 분석의 가능성과 한계 위해 요구되는 수많은 결정들은 짧은 시간 안에 서로 부딪치는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데, 다차원성을 고려하는 숙의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비효율적 방법이라는 것이다. 직면한 문제가 논쟁적이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데다가 결정까지 긴급하게 요구된다면 화폐적 양으로 표현된 선호의 계산을 통해 결정에 도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82) 이미 충분히 논의되었듯이 신고전파경제학의 주장은 잘 못된 인간관, 시간관, 공간관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과 자연의 교호과정을 복합적 시간성 속에서 생산되는 공간적 실천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효율성이라는 기준은 경제학적 결정이 초래하는 인간성 파괴, 사회파괴, 가격 분석의 가능성과 한계 자연생태계 파괴를 다음에 오는 분절된 시간 단위 속의 비용으로 축소시킴으로써 그것이 가지는 재난적 결과를 은폐하는 효과를 가진다. 따라서 계산되는 시간 단위 안에서 효율적일 뿐이다. 앞에서 주장한 것처럼 과거-현재-미래의 연속성을 고려한다면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 경제학의 효율성은 기후위기 재난에 맞서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만 대처하고 있지 않은가?

약한 비교가능성과 다중기준 평가 기법은 경제학 안으로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생태경제학은 공진화 과정의 인식에 따라 인간만이 아닌 생태계 전체를 경제학의 고려 대상으로 끌어들이면서, 그 조건 아래서 가치평가와 경제학적 논의의 주체가 되는 사람들에게 서로 겹쳐지는 다양한 관점을 되돌려 줄 수 있다. 우리는 단지 효용을 계산하는 기계이기를 멈추게 된다. 그다음 단계는 이렇게 자신의 다양한 목소리를 돌려받은 사람들이 이해당사자(stakeholder)로 경제적 지식 구성과 학습, 그리고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는 제도적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결정은 언제나 “확장된 동료공동체”(extended peer community)의 토론을 거쳐서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지금 당장의 이익과 이윤을 넘어 장기적 안목에서 사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당장의 이해 관계를 넘어 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통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83)

경제학의 전통적인 접근이 생산된 지식의 질을 보증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 지금 확장된 동료공동체를 통한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숙의 과정의 출현은 과거에도 여러 번 경험했던 것처럼 정치적 참여의 권리, 그리고 정책과 관련된 지식 생산의 과정이 확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 노동조합에 관한 노동자의 권리와 여성의 선거권이 확장되었던 것처럼 사람들의 누려야 하는 권리를 확장하는 것이다.84) 민주적 참여의 과정은 학습의 과정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는 참여라는 학 습을 통해 시민의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을 때에만 온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태경제학이 주장하는 확장된 동료공동체를 통한 숙의의 과정은 전문가들에 의해서는 파악되기 어려운 보통 사람들의 필요와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갈등 해결 방식을 정식화하는 통로이기도 하다.85)

이러한 학습의 과정은 모든 사람을 모든 영역에 정통한 행위자로 키워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는 목표다. 생태경제학이 표방하는 학습과정으로서의 참여는 행위자들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전문가 지식이 가지는 진실성을 회의하고 평가하고 때로는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지식이 가지는 권위가 무조건적으로 수용되는 것이 아니라 공론의 장에서 비판되고 검증되어 수용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신고전파경제학이 옹호하는 시장의 원리와는 공존하기 어렵다.86) 생태경제학이 제시하는 사회 속에서 전문가들의 지식은 지방적(local)이고 구체적인 (concrete) 체험으로부터 나오는 지식과 나란히 중요성을 얻는다. 전문가 들의 지식은 구체적, 실천적 지식이 개인의 욕구를 넘어 타자와의 대화를 가능하게 돕는 것이다. 이제 지식은 시장에서 고립된 개인들의 선택이나 전문가의 독단적 지식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과학적 지식과 사람들의 실천적 지식이 결합되고(수직적 축), 개인이 아닌 가격 분석의 가능성과 한계 모두의 지식이 논증을 통해 수렴되는 것(수평적 축)을 통해 도약한다. 이제 지식은 민주적 과정을 통해 집합적으로 생산되는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87)

경제적 정책 결정과정이 동료공동체의 확장을 통한 민주주의의 심화라면 경제학은 정치로부터 분리된 중립적 과정이기를 멈춘다. 경제는 그 자체로 정치적 성격을 띠며 경제적 정책 결정은 정치적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자체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중립적 관점이 존재하지 않는 한 문제해결은 언제나 타협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서로 갈등하는 가치들을 중재할 중립적 입장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88) 그러나 타협적 해결이 단순한 협상(negotiation)으로 오해되어서 는 안 된다. 타협적 협상은 합의된 판단(judgement)에 이르는 논증의 과정을 생략한 채 서로의 입장을 절충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 생태경제학이 주장하는 타협적 해결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상대주의적 태도를 비판해야 한다. 직면한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가치들이 충돌하지만, 비록 잠정적일지라도 해당 문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합리적인 논증 과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증 과정이 없는 협상은 권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굴복하는 것 가격 분석의 가능성과 한계 가격 분석의 가능성과 한계 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 형식적으로만 주어지는 대화는 있으나마나 한 것이다.89) 이런 맥락에서 생태경제학이 추구하는 문제해결 방식은 타협보다는 판단에서의 수렴(convergence in judgements)이라고 할 수 있다.90)

Ⅴ. 맺음말

과학은 그 자체로 언어적 실천이다. 인간 주체들의 불안정성과 관계들의 다중성, 자연과 사회의 불확실한 상호작용이 과학이 대결해야 하는 대상이라면, 과학은 언제나 유동하는 복잡한 대상을 불완전한 언어를 매개로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은 ‘어떤 것도 괜찮다’(anything goes)는 상대주의적 지식이론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과학의 절대적 권위, 과학주의적 태도를 비판하는 것은 상대주의의 옹호가 아니다. 과학을 항상적인 자기비판, 즉 성찰성(reflexivity)에 개방함으로써 보다 단단 하게 현실에 토대를 둔 객관성을 향하도록 방향을 재설정하는 것이다. 과학이 ‘과학주의적’ 태도로 퇴행할 때 나타나는 ‘비과학적인’ 관념적 전제에 대한 부당한 옹호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즉 독단으로 전락한 과학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을 분리하고’, ‘수량적으로 측정될 수 없는 것을 측정하고’, 근대적 자유주의가 열어젖힌 다원주의를 부정하는 환원주의에 경도되어, ‘결코 비교될 수 없는 것들을 단일한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왜곡된 과학과 지식이론을 떠받치는 비용과 편익을 계산하는 인간주체를 가정한다. 이 논문은 포스트모더니즘/포스트구조주의의 경험주의/실증주의(현상주의) 비판에 공감하면서도 지적 상대주의를 조장하는 사회구성주의와는 거리를 두는 실재론적 전환을 낡은 지식 패러다임 비판의 도약대로 삼았다. 그리고 신고전파경제학을 구체적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 지식생산과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려고 시도했다.

이런 맥락에서 본문에서 논의된 새로운 지식/교육 패러다임은 다음과 같은 기여를 할 수 있다. ① 결정론적 입장을 피하면서도 실제로 존재하는 사회와 자연을 인간 행위의 조건으로 인식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지식구성이 가능한 것은 우리의 인식으로부터 독립적인 실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② 실재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도 지적 상대주의가 초래하는 허무주의로부터 거리를 둔다. 타동적 차원에서 구성되는 다양한 해석은 자동적 차원과 연결될 때에만 온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③ 인식론적 상대주의는 서로 다른 가치와 해석을 과학적 지식구성과 결부시킴으로써 사회적 적대의 문제를 지식구성과 연결할 수 있게 한다. ④ 인식론적 상대주의는 다양한 해석들 사이의 합리적인 대화와 그를 통한 잠정적인 합의를 가능하게 한다. 과학적 실천, 지식구성, 교육을 적대-연대의 정치적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게 한다. ⑤ 일상에서 구성되는 지식, 즉 실천적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과학적 지식의 역할 또한 간과하지 않는다. 실천적 지식은 문제해결 중심으로 구성되며 대상을 완결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오인할 수 있다. 과학적 지식은 이러한 실천적 지식의 한계 지점들을 성찰적으로 제기하고 그것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⑥ 민주적인 지식생산과 학습의 과정은 행위자들의 문제해결 역량(capacities)을 강화하는 실천으로 위치지어진다.

Intro .

세대의 최후? - 참고문헌 - 전통적 구조를 가진 통일적인 사회상에 연관되어 있는 만하임의 세대개념은 청소년이 집단으로서 공동의 ‘경험기’(Erlebniszeit)를 겪으면서, 이런 경험이 각 개인의 정신구조에서 가장 밑에 위치하는 `경험의 퇴적층`(Erlebnisschichtung)으로 자리잡게 되고, 사고,이런 식으로 청소년의 지식, 판단, 행동을 선택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하나의 필터 역할을 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이런 의미에서 에카리우스는 오늘날에도 얼마만큼 이러한 통일적인 세대의 형상화가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한다.hwp (첨부파일). 세대개념의 구분 3.연령의 상대화. up세대사회학의가능성과한계에관한고찰 [ 목 차 ] 1. . 서 론 . ,, 행동양식을 테마화하는 것은 새로운 근대화 테제와 모순관계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에카리우스(Ecarius)의 주장이다.세대사회학의 가능성과 한계에 관한 고찰 다운 세대사회학의 가능성과 한계에 관한 고찰. 전통적 구조를 가진 통일적인 사회상을 전제로 하는 세대개념과 새로운 성격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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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인화.연령의 상대화.세대의 탈구조화, 세대의 최후?

전통적 구조를 가진 통일적인 사회상에 연관되어 있는 만하임의 세대개념은 청소년이 집단으로서 공동의 ‘경험기’(Erlebniszeit)를 겪으면서, 이런 경험이 각 개인의 정신구조에서 가장 밑에 위치하는 `경험의 퇴적층`(Erlebnisschichtung)으로 자리잡게 되고, 이것이 그들의 인지, 사고, 판단, 행동을 선택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하나의 필터 역할을 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이런 식으로 청소년의 지식, 행동양식을 테마화하는 것은 새로운 근대화 테제와 모순관계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에카리우스(Ecarius)의 주장이다. 전통적 구조를 가진 통일적인 사회상을 전제로 하는 세대개념과 새로운 성격의 개인화된 사회(탈)구조는 서로 합치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에카리우스는 오늘날에도 얼마만큼 이러한 통일적인 세대의 형상화가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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