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반입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6월 17일 | 0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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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 년대 중반 대학을 다닐 때 , 루이제 린저의 ' 생의 한가운데 ' 라는 책을 처음 읽었다 . 시몬느 드 보부와르와 마찬가지로 전후 현대 문학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는 독일 여성 작가다 .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 사랑 , 결혼 , 임신 그리고 이혼 등으로 이어지는 여성 주인공의 힘겨운 삶을 통해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

솔직히 나를 비롯해서 80 년대 루이제 린저가 인기가 있었던 것은 그녀 자신보다 ‘ 전혜린 ’ 이라는 한 천재적 (?) 작가 때문이다 . 1934 년 평안남도 순천군에서 태어나 조선총독부 고급 관료였던 아버지 덕분에 독일로 유학 , 헤르만 헤세 등 외화 반입 외화 반입 독일 문학 작품을 번역한 번역가이자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와 같은 수필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다 .

그녀가 세상에 유명해진 것은 1965 년 31 살밖에 안 되는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비극적인 요소들도 한몫을 했다 . 덕분에 1970 년대부터 시작된 ' 전혜린 신드롬 ' 같은 것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 절망적인 시대 , 개인의 고독 , 뭔가 자유를 갈망하는 주인공 , 이런 요소들은 전혜린의 수필이나 그녀가 번역한 루이제 린저의 작품 , 그리고 그녀 인생 자체가 절묘하게 일체감을 이룬다 .

무겁게 가슴을 외화 반입 짓누르는 듯한 사회의 공기 , 그 속에서 탈출구를 찾기 위해 방황하는 군상들 , 그것이 적어도 우리가 젊은 시절 함께 고민하고 아파했던 상처들이다 . 그리고 그 상처는 딱정이가 남아 아직도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서 2016 년 경부터 본격적인 북한 체제 , ‘ 김일성주의 ’ 에 대한 책들을 읽고 생각들을 정리했다 . 그러다 오래된 책장 서랍 속의 낡은 편지를 발견하듯이 루이제 린저에 관한 기사 모음집이 튀어나왔다 .

' 열렬한 김일성주의자였던 루이제 린저 '

1950 년대 동유럽 북한 전쟁고아들의 역사를 끝까지 붙들고 있었던 이유는 그것을 통해 폐쇄적인 북한 사회를 순수한 대한민국 사람의 눈으로 직접 분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아무리 친북적인 인사라고 해도 북한 사회의 본질로 접근할 수는 없다 . 그들은 외화 반입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 그래서 마치 북한 사회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자랑하는 친북 인사 , 저널리스트들의 말은 알맹이 하나 없는 찐빵처럼 베어 물었을 때 공허하기만 했다 .

그렇다면 어떻게 북한 사회와 김일성주의의 본질로 접근해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등장한 1950 년대 북한 전쟁고아들의 동유럽 이주의 역사는 마치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 원석 ' 을 그대로 손에 쥐어 보는 느낌이 들었다 . 1 만 명의 북한 아이들을 외화 반입 교육시키고 사상으로 무장시키기 위해선 북한 내부에서 진행되었던 것과 동일한 교육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 그것이 숨겨진 북한 아이들의 역사에 주목했던 이유였다 .

나의 오래된 자료집들 속에서 루이제 린저의 자료들을 다시 꺼낸 것도 바로 그 시기였다 . ' 평생 김일성을 존경하고 심지어 사랑까지 했다 ' 고 소문까지 났던 루이제 린저 , 그리고 31 살에 생을 마감한 천재 수필가 전혜린 .

그 오래된 자료들은 뭔가 낡은 창틀이 외화 반입 서로 닳아 맞지 않고 삐걱거리는 모습처럼 내가 다가왔다 . 자유와 고뇌의 상징 , 그리고 그들이 마음에 품었던 ‘ 김일성 ’ 이란 우상의 존재로서 말이다 . 한때 젊은 시절 우리는 그렇게 루이제 린저와 전혜린을 만났다 .

루이제 린저는 1980 년대 ' 김일성이 이끌어가는 북한을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 ' 라 칭송했다 . 무슨 허상을 본 것인지 , 루이제 린저에게 북한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 지상낙원 ' 이었다 . 2002 년 그녀가 사망할 때까지 단 한 번도 루이제 린저는 자신이 칭송했던 지상낙원에 대한 언급을 사과하거나 취소하지 않았다 . 그냥 조용히 묻히기를 바랐을 뿐이다 .

도대체 과연 그녀는 북한의 무엇을 외화 반입 보았던 것일까 ? 김일성을 통해 어떤 인간성을 발견한 것이기에 , ' 북한에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가 존재한다 ' 고 칭송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 아쉽게도 이미 세상을 떠난 그녀에게 답을 들을 수는 없는 일이다 . 그녀가 원했던 것처럼 조용히 묻혀갈 일일지도 모른다 .

하지만 나는 지난 15 년 동안 북한 전쟁고아들을 취재하면서 정반대의 모습을 보았다 . 그곳엔 ' 지상낙원 ' 이 아니라 ' 지상 최대의 지옥 ' 이 존재한다 . 그 나라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어쩌면 빛을 위해 어둠이 존재하듯이 ,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

과연 무엇이 진정 ' 인간의 모습을 한 사회 ' 일까 .

루이제 린저와 그녀가 그토록 찬양했던 김일성과의 사이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하나가 전해지고 있다 . 그 일화를 소개하면서 오늘 글을 마치고자 한다 .

루이제 린저는 1980 년대 초반 , 정확히는 80 년부터 82 년까지 세 번이나 북한을 방문했다 . 80 년 방문 당시에는 남한에서 광주사태가 한창 벌어지고 있던 시기였다 . 그녀가 북한을 방문하자 김일성을 자신을 추종하는 루이제 린저를 환영한다는 제스처를 취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호혜와 이벤트를 벌였다 .

남과 북이 치열하게 체제 경쟁을 하던 시기 , 세계적인 작가인 루이제 린저 같은 여성은 김일성과 북한 체제를 선전하기엔 아주 좋은 소재였다 . 어느 날 루이제 린저가 다시 북한에 입국한다는 소식을 들은 김일성은 그녀의 베스트셀러였던 < 생의 한가운데 >가 어떤 책인지 궁금해졌다 .

" 이 보라우 , 거 루이제 린저 동무의 < 생의 한가운데 >라는 책 좀 갖고 외화 반입 외화 반입 와 보라우 !"

김일성은 그렇게 특유의 거만한 제스처를 써가며 루이제 린저의 책을 찾았던 모양이다 . 적어도 그녀의 대표작 정도는 읽어야지 그녀가 평양에 왔을 때 뭔가 대화도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

하지만 당시 북한에서 루이제 린저의 책은 단 한 권도 구할 수 없었다 . 개인주의와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인간의 삶을 다룬 그녀의 책이 외화 반입 북한에서 출판될 리 만무했다 .

루이제 린저가 그토록 칭송했던 '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 북한 ' 에서 자신의 베스트셀러는 한 페이지도 출간되지 않았던 것이다 . 혹시 루이제 린저 그녀는 이 웃지 못할 해프닝을 알기나 했을까 ?

그래서 훗날 운동권들을 통해서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 결국 루이제 린저의 책은 남한에서 공수해서 북으로 반입되었다고 한다 . 아마도 그때 80 년대 김일성을 위해 루이제 린저의 책 < 생의 한가운데 >를 밀반입시킨 운동권들이 문재인 좌파 정부 때 청와대 들어가서 활동하지는 않았나 모르겠다 . 어쨌든 지금은 그냥 입으로 전해지는 전설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 물론 믿거나 말거나 그건 자유다 .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하는 지식인의 허상 , 얄팍한 거짓 휴머니즘에 사로잡힌 작가 하나가 어떻게 북한에 의해서 농락당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일화다 .

안타깝지만 2022 년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제 2 의 ' 루이제 린저 ' 를 꿈꾸는 지식인들이 존재하고 있다 . 그들의 거짓말이 대한민국 사회를 망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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