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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독주…기축통화 넘어 제왕통화로

달러 독주…기축통화 넘어 제왕통화로

미국 달러화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엔화에 대해 연고점을 경신하며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화 대비 달러 가치는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아 ‘1달러=1유로’ 시대가 열렸다. 달러가 기축통화를 넘어 ‘제왕통화(king currency)’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유로당 0.9992달러까지 올랐다. 유로와 달러 가치가 같았던 2002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2002년은 달러 강세 속에 유로화 지폐와 동전이 유통되기 시작한 때다. 유로 대비 달러 가치는 올 들어서만 15% 이상 상승했다.

엔화 대비 달러 가치는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연초 108엔이던 엔·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 137.73엔을 찍어 2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도 이날 장중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108.50을 기록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8원20전 오른 1312원10전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원화가 약세를 보인 2009년 7월 13일(1315원) 후 13년 만의 최고치다. 지난 6일(1306원30전) 기록한 연고점을 4거래일 만에 갈아치웠다.

달러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꼽혀온 금값은 연중 최저점을 깨고 있다. 대부분의 원자재와 곡물 가격도 하락세다. 글로벌 주식과 부동산 가격도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는 7% 이상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확실히 더뎌진다는 신호가 있기 전까지 달러화 가치는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조미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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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1312원…올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 밑도나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3만5000달러를 돌파한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는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률과 원화 가치 등 국민소득을 구성하는 주요 지표가 지난해보다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원화 약세가 가팔라지면서 달러로 환산하는 국민소득은 전년보다 밑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원20전 오른 1312원10전으로 마감했다. 올해 초 1191원80전으로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반년 만에 120원 이상 급등했다.경제성장률이 지난해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전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5168달러(약 4024만7000원)로 전년(3만1881달러)에 비해 10.3% 늘어났다. 1인당 국민소득은 한 해 동안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 수로 나눈 것이다. 국민 생활 수준을 파악할 때 대표적으로 활용된다.올해 상반기에 나온 지표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했을 때 1인당 국민소득은 3만4300달러 수준으로 이미 지난해 기록을 밑돈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 물가와 수출입 물가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눈 값)는 지난 1분기 2.3%였다. 반면 올해 상반기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해 평균 환율(1144원42전)과 비교했을 때 7%가량 하락했다. 그만큼 국민소득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난해 4.0%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올해 2.7%에 그칠 것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전망이다.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7년(3만1734달러) 처음으로 3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2018년까지(3만3564달러)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2019년(3만2204달러)과 2020년(3만1881달러)에는 2년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원화 강세에 힘입어 증가세로 전환했고, 3만5000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원화 약세는 국민소득 감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원화는 최근 들어 더욱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6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4.9% 하락했다. 중국 위안화(-0.4%), 인도 루피화(-2.0%), 인도네시아 루피아화(-3.0%) 등 주요 신흥국 통화보다 눈에 띄게 내렸다. 최근 피치가 기준통화 신용등급을 강등한 튀르키예(터키)의 리라화 절하율(-5.1%)과 비슷한 수준이다.이 기간 달러화 가치는 5.2% 뛰었다. 일본 엔화(-5.4%), 유로화(-5.1%), 영국 파운드화(-4.5%)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통화 약세는 한국뿐 아니라 주요국도 겪고 있어 세계 1인당 국민소득 순위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기준 한국의 1인당 GNI는 세계 36위를 기록했다.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가운데서는 6위였다.조미현 기자 [email protected]

1달러=1유로…주식·부동산·금값 떨어져도 '弗타오르네'

미국 달러가 ‘나홀로 강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의 빠른 기준금리 인상 속도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강도가 강해 달러가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평가절상되고 있다는 얘기다. 투기적 요소가 강한 상품 시장과 달리 Fed의 통제를 받는 달러가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뜨고 있다는 분석이다. 美 긴축에 러시아 가스 차단 겹쳐Fed는 2020년 3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로 낮춘 뒤 2년 만인 올 3월 제로금리에서 벗어났다. 두 달 뒤엔 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올렸고 지난달엔 28년 만에 처음으로 75b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그 결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석 달 만에 제로금리에서 연 1.5~1.75%로 올랐다.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은 금리 수준이다. 특히 유럽연합(EU)과 일본은 각각 제로금리와 마이너스 금리에 머물고 있다.EU는 이달 13년 만에 제로금리에서 벗어날 계획이지만 여전히 미국에 비해 기준금리가 낮다. 일본은 아예 당분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내년까지 양적완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로화와 엔화는 달러 다음으로 결제 비중이 높은 국제 통화다.유럽의 불안한 정세도 강달러를 부추기고 있다. 러시아는 11일(현지시간) 오는 21일까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독일 등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주요 경로다. 같은 날 러시아는 이탈리아에도 가스 공급량을 감축한다고 통보했다.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가스 공급이 부족해질 경우 악몽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며 “독일은 긴 시간 겪지 못한 중대한 시련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독일은 에너지 공급원의 3분의 1 이상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해왔다. 이탈리아 역시 연간 가스 수입량의 40% 이상을 러시아산으로 조달하고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로 유가, 원자재, 곡물 등의 가격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투자할 곳은 달러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달러 전망은 엇갈려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미국의 긴축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뉴욕연방은행이 발표한 미국 가계의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 중간값은 6.8%로 조사됐다. 뉴욕연은이 해당 수치를 집계한 2013년 6월 후 최고치다. 13일 나올 전년 동기 대비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5월(8.6%)에 비해 0.2%포인트 높은 8.8%로 예상되고 있다.인플레이션이 좀체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자 Fed는 긴축의 고삐를 강하게 죄려 하고 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는 이날 AP통신에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75bp 금리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며 “미국은 더 높은 금리 인상을 감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은 총재도 이날 “7월 회의에서 금리를 75bp 올리는 방안을 지지한다”며 “예상보다 물가 지표가 훨씬 더 악화하면 100bp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고 했다.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기 침체 우려를 이유로 Fed가 당분간 긴축 기조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달러 가치 상승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다만 ‘킹달러 시대’가 오래가기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마크 헤펠레 UBS 글로벌자산운용 CIO는 “달러 강세는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로 지속되고 있지만 몇 달 안에 상황이 반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장이 둔화하면 내년에는 Fed가 기준금리 인하로 돌아설 수 있어 달러의 추가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워싱턴=정인설 특파원 [email protected]

1달러=1유로…주식·부동산·금값 떨어져도

블랙록 '극심한 변동성' 경고…"지금은 저가매수도 하지 말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낮은 인플레이션과 꾸준한 성장이 이어지는 ‘대안정’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진단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주식과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블랙록은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저가 매수에 나서지 말라고 조언했다. 블랙록 “거시적 변동성 커져”1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블랙록의 투자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의 중간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필립 기준통화 힐데브랜드 블랙록 부회장은 “대안정의 시대는 끝났다. 거시적 변동성이 커지고 주식과 채권 모두의 위험이 높아지는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블랙록은 우크라이나전쟁과 노동력 부족에 따른 공급망 병목 현상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은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때만 정책 방향을 바꿀 것 같다”고 내다봤다. Fed가 41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라면 경제에 대한 타격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블랙록은 미국과 영국, 유럽 주식의 투자 비중을 줄였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 여파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비중도 축소했다. 블랙록은 “약 30년 만에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주식과 채권시장이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변동성 장세에서는 주식과 채권에 각각 60%, 40% 투자하는 방법과 저가 매수 전략 모두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랙록은 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이 강세를 띨 것이란 전망은 고수하고 있다.물가가 오르는 만큼 원금과 기준통화 이자가 늘어나는 물가연동국채에 대해선 투자 비중을 확대했다. 블랙록은 유럽 국가들이 발행한 물가연동국채를 선호한다고 했다.장 보이빈 블랙록 투자연구소장은 “우리 앞에 (경제성장률은 높지만 물가 상승 압력은 적은) 골디락스 시나리오는 없다”며 “투자자들은 끈질긴 인플레이션 속에서 민첩하게 움직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달러로 美 기업 실적 감소블랙록에 이어 스위스 투자은행 UBS도 뉴욕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UBS는 이날 올해 S&P500지수 전망치를 종전 4850에서 4150으로 하향 조정했다. S&P500지수 종가(3854.43) 대비 7.6% 높은 수준이다. 내년 목표치는 기존 5000에서 4400으로 낮췄다.물가 상승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실적으로 버티던 증시가 무너질 것이란 예상이다. UBS는 S&P500기업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종전 235.5달러에서 234달러로 낮춰 잡았다. 키스 파커 UBS 전략가는 “경기 침체는 물론 인플레이션 완화도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달러 강세도 기업 실적을 짓누르는 요인이다. 미국 기업들이 해외 법인을 통해 거둬들이는 매출은 상당하다. 그런데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현지 통화로 벌어들인 매출을 달러로 환산할 때 액수가 줄어든다. 예컨대 1달러=1000원일 때 미국 A기업의 한국 매출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한국 법인을 통해 1000달러의 매출을 얻게 된다. 하지만 강달러로 1달러=1300원이 되면 매출은 769달러로 감소한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비교한 달러 인덱스는 올해 들어 12.6% 상승했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역사적으로 강한 달러 때문에 최근 S&P500지수의 반등세는 일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허세민 기자 [email protected]

'달러 패권' 위기설에도. 위안화는 '절대' 기축통화가 못되는 이유

미연준의 기준금리 대폭인상 여파로 6일 달러당 원화값이 전일대비 6.4원 하락한 1272.7원에 마감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지난 5일 103.80를 찍으며 20여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를 가시권에 둔 상태입니다. 연초 이후 일련의 상황은 세계가 실질적으로 유일한 기축통화인 달러의 힘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미국의 금융제재가 기축통화 달러의 위상을 갉아먹는 부메랑이 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SWIFT 거래망에서 배제한 데 이어 해외에 예치해둔 달러 자산도 동결했습니다.

그동안 달러화를 기축으로 하는 국제금융시스템은 정치 분쟁 등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기준통화 둔 채 자유롭고 개방적인 성격을 유지해온 것으로 인식됐습니다. 그러므로 미국과 꼭 이해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모든 나라가 결제나 자산운용에 있어 달러에 의존해왔죠. 그런데 분쟁 해결을 위해 달러를 무기화한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면서 좋든 싫든 리스크 회피를 위해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사실 달러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은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20년 새 71%에서 59%로 눈에 띄게 감소해왔습니다. IMF는 지난달 '달러 우위의 은밀한 잠식'이라는 보고서에서 달러 비중 하락분의 일부가 중국 위안화와 기타 통화들로 옮겨갔다고 지적하기도 했죠.

지난 2019년 베이징을 찾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왼쪽)와 시진핑 주석. [사진=연합뉴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과 수출 원유에 대해 위안화 결제 허용을 협의 중이라는 소식으로 달러의 아성에 도전하는 위안화라는 구도가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이때다 싶었는지 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은 "향후 위안화가 주요 기축통화로서 위상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해 기축통화가 되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의 바람과 달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위안화가 국제거래에서 기축통화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다음 조건들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기본적으로 위안화는 국가 간 무역·자본거래에 널리 이용되는 결제통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 현재 무역 또는 자본거래를 위한 결제를 할 때 대부분의 국가들이 위안화보다 달러 또는 유로를 선호한다는 건 자명합니다. 현재 미국과 극단적으로 대립 중인 러시아조차 석유 등 에너지 수출대금으로 달러나 유로 대신 위안화를 내민다면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둘째, 위안화는 통화의 '가치기준'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달러와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달러화는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자원의 가격을 매기는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고 대부분의 정부들이 통화안정 정책을 펼 때 참조하는 통화입니다. 하지만 위안화는 여기 해당되지 않습니다.

셋째, 통화의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역할입니다.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이 외화준비금으로서 안심하고 보유·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위험도가 낮은 안전자산으로서 유사시 신속하고 낮은 비용으로 현금화가 가능해야 합니다. 하지만 위안화는 이 조건 역시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 조건은 달러가 기축통화인 배경인 동시에, 위안화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이나 국제송금·결제 시 통화 비중을 보면 그나마 유로화가 대체재 위치에 있어 보이는 정도일 뿐, 위안화는 경쟁 상대라고 언급하기조차 어려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큰 원인은 중국 당국의 정책에 따른 한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혁개방 기준통화 기준통화 이후 시장경제를 도입한 지 40년이 훌쩍 넘게 지났다고 해도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자본유출 우려로 결코 자본이 자유롭게 거래되도록 놔두지 않습니다. 부동산은 완전한 소유가 불가능하고 당국의 자의에 의한 규제 등 정치적 리스크가 크다 보니 중국의 부유층은 물론 중산층조차 투자 여력이 생기면 해외로 자산을 옮겨 보전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지난해 헝다 사태가 단적인 예로, 이후 중국 자본·금융시장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고조되기도 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인 기업채무와 그 배경에 있는 부동산 리스크를 공산당이 과연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금융시장 역시 해외에서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미국을 곧 따라잡을 기세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자산을 거래하는 시장 발전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국제기준에 크게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인프라가 아닌 경제활동과 금융거래에 있어 당국이 자의적으로 규제한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시장 논리에 따른 자유로운 거래와 법의 지배라는 원칙이 잡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 개선하려면 정보 공개 등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중국의 정책상 그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공동 부유론' 을 내세우며 최근 시진핑 정부가 보이고 있는 행보는 덩샤오핑 시대 '선부론'에서 시작된 시장주의 흐름과는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새로 발행된 위안화를 들고 있는 중국 은행원. [사진=신화통신]

달러와의 갭이 너무 크다 보니 중국은 2014년 부터 세계에서 처음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추진하며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화폐는 별도 결제시스템이 존재하기 기준통화 때문에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체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강점이 있죠. 올해 베이징올림픽 선수촌에서도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운용했던 중국은 이달 6개 주요 도시로 시범지역을 확대하며 상용화를 위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는 기축통화가 될 기준통화 기준통화 가능성은 여전히 낮습니다. 기축통화국은 필연적으로 세계 경제 확대에 필요한 유동성을 끊임없이 공급해야만 하고, 이로인한 경상수지 적자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곧 중국이 기존에 해오던 금융시장 통제를 포기하고 대규모 무역적자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여태까지 중국의 행보를 보면 그럴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본 통제와 환율 개입이 계속되는 한 위안화가 달러처럼 국제화 되기는 어려우며, 디지털 화폐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순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달러 패권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기준통화 보입니다. 물론 달러 패권이 영원히 지속될 순 없을 겁니다. 역사는 영원한 패권국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 석학 니얼 퍼거슨 스탠퍼드대 교수는 디지털 혁명과 함께 화폐의 국가적 시대는 저물고 있으며 기준통화 만약 달러의 위상이 무너진다면 그것은 달러의 혁신 부족 때문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화폐와 지불 시스템을 현대화하되, 혁신은 정부의 권한을 증가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인류가 반세기 동안 얻은 교훈은 "전체주의자들에게 기준통화 이기는 최선책은 그들을 모방하는 게 아닌 그들을 능가하는 혁신을 하는 것" 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미국을 포함한 자유주의 국가들이 한번 되새겨 봐야할 대목입니다.

※토요일 연재되는 '한중일 톺아보기'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관련된 크고 작은 이슈들을 살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다음 기사를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달러, ‘기축 통화’ 넘어 ‘제왕 통화’ 되나 [한상춘의 국제 경제 읽기]

미국의 6월 소비자 물가(CPI) 상승률이 ‘인플레이션의 저주’라고 불릴 만큼 워낙 충격적으로 나옴에 따라 국제 금융 시장도 빠르게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6월 CPI 상승률 9.1%는 단순 비교하면 40년 만에 최고치이지만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의 새로운 물가 추계 방식대로라면 사상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1990년대 중반보다 더 심한 대발산(great divergence)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달러 강세가 재현되고 있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5월 이후 달러 인덱스는 20% 급등했다. 유로화 가치는 20년 만에 등가 수준(1달러=1유로)이 붕괴됐다. 엔‧달러 환율도 20년 만에 최고 수준인 달러당 140엔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 달러, ‘기축 통화’ 넘어 ‘제왕 통화’ 되나 [한상춘의 국제 경제 읽기]

이에 따라 미국 달러화의 위상이 기축 통화를 넘어 제왕(king) 통화가 될 것이라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2020년대 들어 국제 통화 질서가 당면한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하나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제왕 통화가 도입될 만큼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됐느냐, 다른 하나는 그동안 기축 통화의 역할을 담당해 왔던 달러화의 위상이 기축 통화를 뛰어넘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2008년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 부실 사태, 2009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2011년 미국 국가 신용 등급 강등 조치 등을 계기로 달러 가치가 흔들리면서 1970년대 이후 미국과 아시아 국가 간에 묵시적으로 유지돼 온 ‘제2 브레튼 우즈 체제’가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브레튼 우즈 체제는 1944년 국제통화기금(IMF) 창립 이후 미국의 달러화를 기축 통화로 하는 금환본위 제도를 말한다.

제2의 브레튼 우즈 체제는 1971년 닉슨의 금 태환 정지 선언 이후 ‘강한 달러-약한 아시아 통화’를 골간으로 미국과 아시아 국가 간의 묵시적인 합의에 따라 유지돼 온 환율 제도를 의미한다. 미국이 이 체제를 유지한 것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발전을 도모하고 공산주의의 세력 확산을 방지하려는 숨은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기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제2 브레튼 우즈 체제는 이런 미국의 의도를 충분히 달성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에서 제2 브레튼 우즈 체제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유럽의 부흥과 공산주의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미국이 지원했던 마셜 플랜의 또 다른 형태라고 부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후 제2 브레튼 우즈 체제에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 초 무렵이다.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통화에 대한 의도적인 달러화 강세로 미국의 경상 수지 적자는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정부는 여러 방안을 동원했지만 결국 선진국 간의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플라자 합의’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다.

제2 브레튼 우즈 체제에 또 한 차례 균열을 보이게 된 계기를 제공한 것은 1995년 4월 달러화 가치를 부양하기 위한 역(逆)플라자 합의와 아시아 외환 위기다. 역플라자 합의에 따라 미 달러화 가치가 부양되는 과정에서 외환 위기로 아시아 통화 가치가 환투기로 폭락하면서 ‘강한 달러-약한 아시아 통화’ 간의 구도가 재현됐다. 역플라자 합의 이후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79엔에서 148엔이 될 정도로 강한 달러 시대가 전개됐다. 당시 미국 재무장관이었던 로버트 루빈의 이름을 따 ‘루빈 독트린’이 전개됐던 시기다.
제2 브레튼 우즈 체제 유지되는 국제 경제
신흥국은 대규모 자금 이탈에 시달렸다. 1994년 중남미 외채 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국가 채무 불이행) 사태까지 이어지는 ‘그린스펀‧루빈 쇼크(Greenspan & Rubin’s shock)가 발생했다. 미국도 슈퍼 달러의 부작용으로 미국의 경상 수지 적자가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1980년대 초 상황이 재연됐다. 쌍둥이 적자 이론에 따라 미국은 경상 수지 적자가 확대되면 재정 수지 적자도 확대된다.

미국 달러, ‘기축 통화’ 넘어 ‘제왕 통화’ 되나 [한상춘의 국제 경제 읽기]

강한 달러 시대가 10년 이상 지속되면서 자국 통화의 약세라는 반사적인 이익을 누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는 무역 수지 기준통화 흑자가 대폭 확대됐다. 국민 경제 3면 등가 법칙(X-M=S-I, X=수출, M=수입, S=저축, I=투자)에 따라 아시아 국가의 과잉 저축분은 미국 자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왔다. 한때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렸던 앨런 그린스펀 미 중앙은행(Fed) 전 의장이 자산 거품을 해소하기 위해 2004년부터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중국의 국채 매입으로 시장 금리가 더 떨어져 자산 거품이 심해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거품 붕괴 모형에 따라 자산 거품을 떠받치는 돈이 더이상 공급되지 않으면 터진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실체다. 세계 제일의 경제 대국과 달러처럼 기축 통화국의 지위를 바탕으로 레버리지 투자(증거금 대비 총투자 금액)가 활성화돼 있는 미국에서 자산 거품이 터지면 자국의 금융사는 마진콜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고 2009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같은 대형 금융 위기가 발생한다.

사상 초유의 금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Fed는 전시 때나 사용하는 비전통적 통화 정책을 동원했다. 대공황 관련 연구를 가장 많이 한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은 한꺼번에 두 단계 이상 내리는 ‘빅스텝(big step)’ 방식으로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렸다. 유동성 공급도 무제한 국채를 사주는 양적 완화(QE : Quantitative Easing) 정책으로 마치 공중에 떠 있는 헬리콥터기 물을 뿌리듯이 돈을 풀었다.

브라운 방식으로도 알려진 Fed의 비전통적 통화 정책은 달러 가치와 위상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특정 국가가 금융 위기를 극복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자국 통화를 평가 절하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접국이나 경쟁국에 전가된다. 대표적인 ‘근린 궁핍화 정책’이다. 특히 미국과 같은 중심국이자 기축 통화국에서 자국 통화를 평가 절하하면 그 피해는 경제 발전 단계상 한 단계 아래 국가에 집중된다. 중국과 한국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가 해당된다.

금융 위기 이후 국제 통화 제도는 1976년 킹스턴 회담(길게는 스미스소니언 체제 포함) 이후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국가 간 조약이나 국제 협약이 뒷받침되지 않아 ‘없는 시스템(non-system)’ 혹은 ‘젤리형 시스템(jelly system)’이라고 불린다. 그 결과 킹스턴 달러 중심의 브레튼 우즈 체제는 이전보다 느슨하고 불안한 형태로 유지돼 왔다.
변함없이 유지되는 달러 기축 시스템
시스템이 없는 국제 통화 제도하에서는 기축 통화의 신뢰성이 크게 저하되더라도 이를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이 때문에 새로운 기축 통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통화는 없다. 유일한 기축 통화국인 미국은 대외 불균형을 시정하려고 하지만 무역 수지 흑자국은 이를 조정할 유인이 없다. 새로운 기축 통화 논쟁과 함께 글로벌 환율 전쟁이 수시로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 위기 이후 달러화 중심의 브레튼 우즈 체제가 흔들리는 것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하나는 금융 위기 극복 과정에서 누적된 재정 수지 적자와 국가 채무 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로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금융 위기 후유증에 따른 ‘낙인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브레튼 우즈 체제가 재차 강화되면 제3기에 해당한다. 외형상 여건은 형성돼 있다. 유럽·일본·중국 등 미국 이외 국가는 양적 완화, 마이너스 금리 제도 등을 통해 금융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 국가의 통화 가치는 떨어지고 달러화 가치는 강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달러화 강세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미국 경제는 완전하지 못하다. 달러 강세에 따른 경기 부담은 의외로 크다. Fed의 계량 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 성장률이 무려 0.75%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가 여의치 못한 상황에서 달러 강세가 재현된다면 언제든지 침체 국면에 빠질 위험이 높다. 현실화된다면 ‘제2의 에클스 실수’다. 금융 위기 이후 미국 재무장관이 잊을 만하면 대미 흑자국을 중심으로 환율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혀 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론을 맺는다면 인플레 판단 실수로 뒤늦은 Fed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되는 틈을 타 고개를 들고 있는 제왕(king) 달러화에 대한 시각은 일단 미국이 바라지 않는다. 인포데믹, 즉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말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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